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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혈당과 운동 데이터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나

전당뇨를 방치하던 시기

나는 처음 전당뇨를 인지하게 된 시점이 레지던트 4년차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 몇 년 동안 공복혈당은 약간 높고, HbA1c는 6.1–6.3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는 전당뇨 상태가 지속되었다. 검진 결과지는 늘 비슷했다.

  • 공복혈당은 기준치에서 조금 벗어남
  • HbA1c는 당뇨 진단 기준 바로 아래
  • 의사 입장에서는 “지켜보시죠”라고 말하기 쉬운 수치

그렇다. 다른 환자들처럼 나 역시 적극적인 변화를 미루었다.
약을 시작할 만큼 심각해 보이지도 않았고, 당장 불편한 증상도 없었다.
게다가 일은 너무나도 바빴으니까…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약 4년을 보냈다.

약제를 시작했지만, 숫자가 움직이지 않는 정체기

어느 순간 공복혈당은 120 mg/dL을 넘기 시작했고, HbA1c도 6.5까지 올라갔다.
결국 약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그래프는 단순했다.

  • 공복혈당: 110–120 사이에서 크게 변하지 않음
  • HbA1c: 6.5 근처에서 내려가지도, 그렇다고 더 올라가지도 않는 상태

약으로 “악화는 막은 것 같지만,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정체기였다.
의사로서 알고 있는 가이드라인은 충분했고, 지식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메트포민, SGLT2i, DPP4i 등을 사용해보지만, 실제 내 검사결과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몇 년을 보냈다. 이번에는 약만 먹으면서… 지금 돌이켜보면 당뇨를 사실상 방치한 것과 같았다.

운동·식단을 시작한 뒤,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한 그래프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전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다음과 같은 것들을 조금씩 손대기 시작했다.

  • 러닝과 근력운동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
  • 탄수화물 섭취량과 시간대 조절
  • 체중, 혈당, 수면, 운동량을 꾸준히 기록

애초에 운동을 하지 않았던 몸이라, 운동 자체가 너무나 힘들었다.
운동 직후에 찾아오는 허기짐을 견디는 것도 힘들었다. 우선은 버텨내겠다는 생각으로 참아낸 것 같았다.
운동도 힘든데 심지어 거의 반년 정도는 혈당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공복혈당과 HbA1c 모두 미세한 변화만 있었고, “이게 의미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시작 후 약 8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 공복혈당의 변동 폭이 줄어들고, 평균 값이 조금씩 낮아짐
  • 식후 혈당 피크가 예전보다 빨리 떨어짐
  • 같은 식단·운동을 했을 때 CGM 그래프가 이전과 다르게 반응하는 패턴
  • 운동 종류에 따라 혈당 변화가 다르다는 것이 실제로 느껴지기 시작

이때부터 “행동 → 데이터 → 피드백”의 연결이 실제로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이 과정을 제대로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왜 ‘데이터 · CGM 실험노트’인가

이 카테고리는 단순한 후기 모음일 수도 있지만, 달리보면 말 그대로 실험 노트이다.
(물론 CGM 1년 내내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업로드 주기는 그렇게 빠르지는 않을 것 같다.)

특정 시기에 내가 했던 변화 (예: 운동 빈도 조정, 러닝 강도 변화, 식사 시간 조정 등) 가
당시 혈당·체중·수면·퍼포먼스 데이터 그 변화가 내 몸의 숫자에 어떤 영향을 준 것처럼 보이는지,
해석할 때의 한계점과, “확실한 인과”가 아닌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를 가능한 한 그대로 기록할 것이다.

나는 임상의사로 통계와 데이터 분석에 익숙했고, 그 중에서도 인과추론 영역을 제일 좋아하는 분야였다.
그렇기에 이 관찰 기록이 일반화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에,
그대로 숨기지 않고 “이 정도 수준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관찰”이라고 명확히 적으려고 한다.

그렇게도 불구하고, 당뇨를 겪어보지 않은, 당뇨를 책으로만 배우고 공부한 사람들보다는
환자들에게 더 명확한 근거와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ATE 를 개별환자에게 적용시켜 설명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봐왔다.)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서 다룰 것들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 등을 순서대로 쌓아갈 예정이다.

  • CGM을 통해 본 내 하루 혈당 패턴의 변화
  • 러닝·근력운동 볼륨을 조절했을 때의 혈당 반응
  • 체중 변화와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IR 등)의 관계 관찰
  • 수면 시간·수면 질과 혈당 변동성의 연결 고리
  • 음식 종류와 섭취 방식에 따른 혈당 변화

당뇨로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마치며

이 블로그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다.

당뇨는 약 만으로 조절되는 병이 아니다.
운동, 식단, 약제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적절히 조절이 된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이 카테고리 및 이 블로그의 글들은 특정 치료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다.
한 명의 내과 의사가, 동시에 당뇨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어떤 행동이 실제 혈당 숫자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