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무심코 먹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NSAIDs), 신장내과 전문의가 정리한 3가지 안전 가이드

내 신장을 망가뜨리는 원인

하이록스 경기나 고강도 Hybrid Training을 마치고 나면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통증이 찾아온다. 특히 8개의 Station을 통과하며 1km씩 반복해서 뛰는 HYROX의 특성상 하체와 상체 모두 극심한 피로와 염증 반응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때 많은 운동인이 가장 먼저 손을 뻗는 것이 바로 진통제다. 하지만 신장내과 전문의의 관점에서 볼 때 운동 직후 무심코 삼키는 진통제 한 알은 신장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운동 후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NSAIDs가 왜 신장을 공격하는지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안전한 가이드를 정리한다.

상단은 파란색, 하단은 빨간색인 테두리 안에 흰색 배경의 인포그래픽. 상단에는 '운동 후 무심코 먹는 NSAIDs (소염진통제), 당신의 신장을 지킨다: 3가지 안전 가이드'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단에는 신장과 진통제 병 사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일러스트와 함께 탈수 예방, 운동 직후 복용 금지, 정량 복용을 강조하는 세 가지 아이콘이 나열되어 있다.
운동 직후 NSAIDs (소염진통제) 복용 시 신장 손상 위험성이 존재한다.

고강도 운동 중 신장이 처하는 위기

Hyrox 처럼 땀을 쏟아내는 초고강도 운동을 할 때 우리 몸은 살아남기 위해 혈류를 재분배한다. 근육은 엄청난 양의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므로 심장은 근육 쪽으로 피를 몰아준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신장이나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는 평소보다 최대 20퍼센트 수준까지 급감하게 된다.

탈수와 신장 혈류의 상관관계

운동 중 발생하는 탈수는 신장으로 가는 혈액의 양을 더욱 줄어들게 만든다. 신장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하는데 혈류량이 줄어들면 필터 자체의 압력인 사구체 내압이 떨어져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우리 신장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Prostaglandin (프로스타글란딘) 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은 신장으로 들어오는 혈관인 수입세동맥 (Afferent arteriole)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근육 파괴와 사구체 부하

고강도 훈련은 미세한 근육 파괴를 동반하며 이 과정에서 근육 단백질인 미오글로빈 (Myoglobin) 이 혈액 속으로 방출될 수 있다. 신장의 필터인 사구체는 이 커다란 단백질 찌꺼기를 걸러내느라 평소보다 훨씬 많은 부하를 받게 된다. 이미 혈류가 부족한 상태에서 노폐물 처리량까지 늘어난 신장은 매우 예민하고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결국 급성신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소염진통제가 신장의 방어 기전을 무너뜨리는 방식

우리가 흔히 약국에서 쉽게 구입하는 Ibuprofen이나 Naproxen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NSAIDs) 는 신장 건강 측면에서 매우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다. 이 약물들은 체내에서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COX 효소를 억제하지만 동시에 신장을 보호하는 핵심 물질의 생성까지 차단해 버린다.

프로스타글란딘 합성 차단

NSAIDs는 신장 혈관을 확장시켜 주는 Prostaglandin의 합성을 강제로 막는다. 운동으로 인해 이미 신장 혈류가 줄어든 상태에서 이 안전장치까지 사라지면 Afferent arteriole이 수축하며 신장 내부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신장 세포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허혈성 손상이 발생한다. 이것이 운동 유발성 급성신부전의 전형적인 기전이다.

저혈류와 진통제의 위험한 조합

일반적인 휴식 상태에서는 NSAIDs 한 알이 신장에 큰 무리를 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Hyrox 스테이션을 통과하며 극심한 탈수와 Hypovolemia가 쌓인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족한 혈류와 약물에 의한 혈관 수축이 동시에 일어나면 신장은 말 그대로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특히 더운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거나 충분한 전해질 보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 위험성은 배가 된다.

신장내과 전문의가 제안하는 안전한 통증 관리 가이드

훈련의 기록을 단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음 훈련을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다. 신장을 지키면서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 가이드를 제시한다.

성분 확인 및 아세트아미노펜 선택

통증이 심해 약을 먹어야 한다면 NSAIDs 계열보다는 Acetaminophen 성분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Acetaminophen은 신장의 Peripheral prostaglandin 합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물론 이 역시 간 대사를 거치므로 적정 용량을 지켜야 하지만 신장의 혈류 유지 측면에서는 훨씬 안전한 선택지다.

수분 보충 최우선 원칙

어떤 종류의 진통제든 체내 수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운동 후에는 소변색이 투명해지거나 아주 연한 노란색이 될 때까지 물과 전해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몸의 수액 조절능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신호가 있을 때 비로소 신장은 약물을 대사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갈증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약 복용은 위험하다.

복용 타이밍 조절

운동 직후의 통증은 우리 몸이 회복을 위해 보내는 자연스러운 신호다. 이를 즉각적으로 차단하려 하기보다는 우리 몸의 항상성 (Homeostasis)이 회복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운동이 끝난 직후보다는 최소 6시간에서 8시간 정도 지나 신장의 혈역동학이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된 뒤에 약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시간 동안은 Ice Pack을 이용하거나 가벼운 Cool-down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속 가능한 퍼포먼스를 위한 제언

나 역시 5월 인천 대회를 준비하며 매일 극한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훈련이 끝난 뒤 찾아오는 근육통은 나에게도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신장내과전문의로서 절대로 운동 직후에 NSAIDs를 먹지 않는다. HYROX 기록 단축도 소중하지만 신장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전체적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운동인의 신장은 일반인보다 더 많은 일을 수행한다. 고강도 훈련을 견디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신장은 묵묵히 노폐물을 걸러내고 전해질 균형을 맞춘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진통제 한 알이 이 성실한 장기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나 나이가 높아질 수록 자신의 근육량만큼이나 eGFR 수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Hyrox 는 우리 몸의 대사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훌륭한 운동이지만 그만큼 세심한 관리가 동반되어야 한다. NSAIDs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적절한 대안과 타이밍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훨씬 오랫동안 강력한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다. 다음 훈련 세션에서도 당신의 신장을 잘 관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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