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이록스 이후 첫 미니 시뮬레이션, 오버페이스와 봉크(Bonk) 실패담




하이록스를 다시 준비할 시간

지난 5월, 뜨거웠던 하이록스(Hyrox) 대회가 끝난 후 긴장감이 풀렸다. 대회 준비 기간 내내 약간은 강박적으로 유지하던 유산소 훈련(러닝)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근력 운동 위주로 편안하게 훈련을 이어왔다. ‘이미 하이록스를 완주했던 체력이니, 조금 쉬어도 금방 올라오겠지’라는 안일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7월 13일, 현재의 체력을 점검하기 위해 오랜만에 하이록스 미니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단 16분 만에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봉크(Bonk)’ 를 맞이하며 바닥에 뻗어버렸다. 이날의 훈련일지는 유산소 베이스를 등한시한 결과가 얼마나 잔혹한지, 그리고 내 체중에 맞지 않는 오버페이스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한 뼈아픈 반성문이다.

강도 높은 스키에르그 훈련으로 인한 탈진과 심박수 하락을 상징하는 인포그래픽입니다.
하이록스는 오버페이스 하기 좋은 운동이다

훈련 개요 및 타임라인

이번 트라이얼은 실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러닝과 에르고미터, 그리고 맨몸 운동을 섞어서 진행했다.

  • Run 1 (900m): 5:27/km 페이스 (심박수 165 이하 통제)
  • Cardio 1 (스키에르그): 4분 30초 (2:15/500m 페이스)
  • Run 2 (500m): 6:00~6:30/km
  • Cardio 2 (BBJ 45m): 버피 브로드 점프 45m

총 소요 시간은 16분 47초. 훈련 부하는 90.6, 유산소 TE 3.0, 무산소 TE 2.1을 기록했다. 고작 16분 운동에 무산소 수치가 2.1을 찍었다는 것은 내 심폐능력으로는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최대 심박수는 181bpm에 달했다.

하이록스 훈련 심박수 변화 그래프
훈련 심박수 타임라인


참사의 시작: 62kg에게 가혹했던 스키에르그

첫 번째 러닝(Run 1)은 순조로웠다. 심박수는 150~160bpm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듯 하였으나, 뭔가 몸이 이상했다. 5분 27초의 페이스가 가벼운 웜업처럼 느껴지다가 700m 을 지나는 지점부터 약간 무겁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바로 다음 스테이션인 스키에르그(SkiErg)에서 발생했다.

자신감에 차서 당긴 스키에르그의 페이스는 2:15/500m. 총 4분 30초 만에 끊어버렸다. 기록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내 체중이 62kg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스키에르그나 로잉머신 같은 에르고미터는 체중이 무거울수록 압도적으로 유리한 장비다. 가벼운 체중으로 2분 15초 페이스를 억지로 유지하려다 보니 광배근과 코어에 극심한 과부하가 걸렸고, 단 몇 분 만에 급격한 산소 부채가 발생하며 심박수는 순식간에 170bpm을 돌파해 버렸다.

5월 이후 유산소 베이스(존2 훈련)를 게을리한 상태로, 이 오버페이스는 곧바로 몸을 무산소 대사로 강제 전환시켜 버렸다고 생각한다.

컴프로마이즈드 러닝(Compromised Running)과 봉크

스키에르그에서 이미 하얗게 불태운 상태로 두 번째 트레드밀(Run 2)에 올랐다. 실전 하이록스에서 가장 고통스럽다는 ‘컴프로마이즈드 러닝 (다리가 털린 상태에서의 러닝)’ 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하체 피로가 누적되어 다리는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잠겨버렸고, 페이스는 6분대 밖(9~10km/h)으로 처참하게 떨어졌다. 페이스를 늦췄음에도 심박수는 이미 통제 불능 상태로 170bpm을 뚫고 올라갔다.

마지막 스테이션인 버피 브로드 점프 (BBJ 45m).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에서 폭발적인 점프를 반복하자 심박수는 결국 181 (Max HR) 을 찍었고, 45m를 마치자마자 바닥에 쓰러졌다. 고작 16분 만에 글리코겐이 바닥나고 중추신경계(CNS)가 셧다운 되어버렸다.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데이터가 주는 명확한 레슨

단순히 ‘힘들었다’로 끝나는 훈련은 노동일뿐이다. 이번 사태를 철저히 해부하여 얻은 세 가지 명확한 데이터 레슨을 공유한다. 나처럼 무식하게 오버페이스의 함정에 빠지는 러너들이 없기를 바란다.

  1. 에르고미터(스키에르그)는 체중에 비례한다: 실제로 스포츠 과학 논문에 따르면, 스키에르그 훈련 시 체중(Body Mass)과 상체 제지방량(Lean Mass)이 파워 출력(Power Output)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1] 따라서 가벼운 체중(62kg)으로는 에르고미터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 다음 트라이얼에서는 스키에르그 페이스를 5분 언저리(2:30/500m)로 의도적으로 늦출 것이다. 여기서 아낀 체력을 나의 강점인 ‘러닝’과 ‘맨몸운동(BBJ)’에 쏟아붓는 전략으로 전면 수정할 계획이다.
  2. 전환 훈련(Transition)의 부재가 부른 참사: 하체 근력을 강하게 사용한 직후 트레드밀에 올라가서 다리가 잠기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근력 운동 직후 곧바로 유산소로 전환하는 복합 훈련을 프로그램에 추가해야 한다.
  3. 유산소 베이스(존2)의 소실과 영양 고갈: 16분 만의 대참사는 유산소 베이스 부족으로 역치가 무너진 탓이 가장 크지만, 글리코겐 저장량이 적은 62kg 체중의 한계이기도 하다. 고강도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전에는 반드시 바나나나 에너지젤을 통해 탄수화물을 사전 섭취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7월 14일), 눈을 떴을 때는 극심한 피로감과 5시간도 채 못 잔 수면 부족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다. 어제의 데미지(무산소 TE 2.1)를 존중하여 오늘은 철저한 완전 휴식(Full Rest)을 취할 것이다. 다시 겸손하게, 존2 유산소 베이스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겠다.

[1] Hegge, A. M., et al. “Gender differences in power production, energetic capacity and efficiency of elite cross-country skiers during whole-body, upper-body, and arm poling.”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116.2 (2016): 291-300.